저소득층 어르신 대상 온라인 병원 예약 지원 사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놓여진 새로운 장벽
디지털 헬스케어는 빠르게 일상으로 확산되었다. 병원 예약, 진료 기록 열람, 건강보험 청구 등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가 온라인화되면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곧 ‘건강 관리의 통로’가 되었다. 하지만 이 변화의 속도에 맞춰 준비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저소득층 고령자는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 이유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의 65%가 “스스로 온라인 병원 예약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오랜 대기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에 여러 지자체와 공익단체, 지역 병원이 협력해 어르신들이 병원 예약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마포구와 경남 진주시에서 진행된 온라인 병원 예약 지원 사례를 중심으로 그 효과와 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사례 1: 서울 마포구 ‘디지털 헬스 도우미’ 프로그램
서울 마포구는 2021년부터 ‘디지털 헬스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 어르신의 온라인 병원 예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마포구청은 먼저 관내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대다수 어르신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어도 “화면이 복잡해 예약할 엄두가 안 난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포구는 구청 주민센터에 ‘헬스 도우미’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어르신이 전화나 방문으로 요청하면 대신 예약을 진행해 주었다. 특히 서울시 공공의료포털과 주요 종합병원의 예약 시스템을 통합 관리해, 여러 병원을 한 번에 조회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청에서 스마트폰 1:1 교육을 열어, 직접 예약을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참여한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무조건 주민센터에 와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몇 번 연습하고 나니 이제는 혼자 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헬스 도우미 프로그램을 통해 약 4,000건의 예약이 이루어졌고,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에서는 90% 이상이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예약 대기 시간과 병원 내 대기 시간이 모두 줄어들어 어르신들의 불편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사례 2: 경남 진주시 ‘스마트 건강 예약 지원단’
경남 진주시는 농촌 지역에 고령층이 많아 병원 예약과 방문 과정에서 어려움이 더욱 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진주시는 2022년부터 ‘스마트 건강 예약 지원단’을 조직해 저소득층 어르신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지원단은 보건소 직원과 청년 자원봉사자 50명이 함께 운영하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해 예약을 돕고 진료 안내까지 제공했다.
주요 활동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매주 마을회관에 찾아가는 예약 상담소를 설치했다. 어르신들이 직접 찾아오면 병원 예약부터 교통편 안내, 필요한 서류 확인까지 한 번에 지원했다. 둘째, 스마트폰 튜터링을 통해 어르신이 자신이 가진 기기로 직접 예약하는 법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예약 이후에도 전화로 진료 일정과 준비 사항을 다시 안내해 혼동을 줄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70대 어르신은 “병원에 전화하면 예약이 잘 안 되고, 직접 가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지원단 덕분에 편하게 진료를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2년 한 해에만 2,200건의 예약을 지원했으며, 예약 후 실제 진료 이행률도 85%로 매우 높았다. 진주시 관계자는 “병원 예약이 쉽게 풀리니 치료 시기가 빨라져 건강 악화를 줄이는 효과도 컸다”고 전했다.
종합 성과와 현장의 목소리
서울과 진주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 접근성 향상이다. 온라인 예약으로 병원 대기 시간이 단축되고, 필요한 진료를 미루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둘째,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강화다. 반복 학습과 1:1 지원 덕분에 “혼자 예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어르신이 늘었다. 셋째, 심리적 부담 완화다. “복잡한 앱을 못 쓸까봐 걱정되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고, 친근한 지원단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몇 가지 한계도 확인되었다. 첫째, 예약 시스템이 병원별로 달라 앱 사용법이 통일되지 않아 혼선을 주었다. 둘째, 일부 농촌 지역은 인터넷 신호가 약해 예약 진행이 더뎠다. 셋째, 지원이 끝나면 다시 예약을 두려워하는 어르신도 많아 지속적인 반복 학습이 필요했다.
한 마포구 어르신은 “할 때는 배우겠는데, 한 달 지나면 다시 까먹는다”고 말했다. 진주시 자원봉사자도 “처음엔 다들 주저하시는데, 몇 번 해보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단기 교육으로 그치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과제로 꼽혔다.
결론: 지속 가능한 온라인 병원 예약 지원을 위해
저소득층 고령자의 디지털 병원 예약 지원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건강권 보장의 출발점이다. 온라인 예약은 이제 필수 서비스가 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어르신에게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번 사례들은 공공과 민간, 자원봉사가 결합한 모델이 정보 소외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속성과 품질을 높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예약 시스템 표준화가 필요하다. 병원별로 다른 앱과 절차를 통일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지속적 튜터링과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일회성 교육으로는 역량이 금방 사라지므로 반복 학습과 상담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데이터 요금 및 기기 지원 연계가 필요하다. 예약을 배우더라도 스마트폰 요금 부담 때문에 활용을 포기하는 사례를 줄여야 한다. 넷째, 마을 단위 상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주민센터, 보건소, 마을회관에 ‘디지털 예약 지원 창구’를 상설화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병원 예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와 공익단체가 협력해 모든 어르신이 동등하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건강권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