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한 공공 와이파이 구축 사례 분석
디지털 공공 인프라의 필요성과 소규모 지자체의 도전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디지털 공공 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존재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은 지금, 공공 와이파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 복지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접근성이 취약한 농어촌과 소도시에서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하면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온라인 정보와 공공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여러 대도시에서 이미 공공 와이파이 설치 사업이 성과를 보였지만, 면적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소규모 지자체가 이를 어떻게 구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충남 서부에 위치한 인구 3만 명 이하 A군과 경북 북부의 B군이 각각 추진한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중심으로, 해당 정책의 추진 과정과 성과, 현실적 과제, 그리고 시사점을 상세히 분석하고자 한다.
사례 1: 충남 A군의 단계별 공공 와이파이 구축
충남 A군은 2022년부터 “디지털 포용 복지”를 목표로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추진했다. 군청은 예산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농어촌 공공 와이파이 지원사업’ 공모에 참여했고, 총 3억 원의 국비 지원을 받았다.
초기에는 읍내 중심가의 전통시장과 버스터미널에만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설명회를 통해 마을회관, 경로당, 청소년 문화센터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군청은 사업 범위를 대폭 확장해, 총 50개소에 무료 와이파이 AP(Access Point)를 구축했다.
설치 이후 한 달간 일평균 2,500명 이상이 네트워크에 접속했고, 사용량은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중고 스마트폰을 쓰던 고령층과 저소득층 청소년이 공공 와이파이를 주로 이용했다.
군은 사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로그인 절차를 간소화했고, 전용 앱에서 품질 점검과 고장 신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주민 만족도 조사에서 82%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해 초기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사례 2: 경북 B군의 관광지 중심 와이파이 전략과 현실적 과제
경북 B군은 인구가 2만5천 명으로 더 적고, 행정 예산도 충남 A군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B군은 “관광 활성화와 주민 복지의 동시 달성”을 목표로 전략적 지점을 선별해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2023년부터 1년간 B군은 문화유적지, 관광 안내소, 농산물 직판장 등 20개 거점에 집중적으로 AP를 구축했다. 와이파이가 설치된 주요 관광지는 평일에도 방문객이 꾸준했으며, 농촌 체험마을과 연계해 디지털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B군은 초기 구축 이후 유지 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예산 부족으로 장비 점검과 업그레이드 주기를 단축하기 어려웠고, 일부 지역에서는 속도가 5Mbps 이하로 떨어져 주민 불만이 발생했다. 특히 농촌 마을에서는 무선 신호가 도달하지 않는 ‘데드존’이 생겼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중계기 추가 설치가 필요했다. B군 관계자는 “공공 와이파이가 주민 삶에 분명히 기여했지만, 소규모 지자체 특성상 안정적 유지·보수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공 와이파이가 지역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낳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농산물 직판장의 온라인 홍보 페이지 접속률이 이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으며, 청년 귀농·귀촌 희망자 문의도 늘어났다.
종합 평가와 향후 개선 과제는?
두 지자체 사례는 소규모 행정 단위도 공공 와이파이를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충남 A군은 주민 수요를 반영해 설치 장소를 확대했고, 경북 B군은 관광·경제 활성화 효과를 고려해 전략적 거점을 집중 공략했다.
이처럼 지역 특성과 예산 상황에 따라 설치 방식과 목표를 달리하는 점이 성과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두 군 모두 공통으로 “사후 유지관리 체계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기기 노후화와 고장에 대비하는 예산이 불충분했고, 기술 지원 인력이 상시 배치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보조금 지원 방식을 설치비 중심에서 운영·관리비로 확대하고, 지역 내 IT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저소득층과 고령층에게 공공 와이파이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인터넷이 생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지금, 소규모 지자체의 성공적 와이파이 구축 사례는 디지털 포용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가 예산과 인력의 제약을 극복하고,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질 높은 공공 와이파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