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중남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중소기업
단순한 제품을 넘어 ‘이야기’로 승부하는 시대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이 해외 진출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특히 중남미와 같은 문화 중심 소비 시장에서는 단순한 제품 스펙보다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 소비자의 선택을 결정짓는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기반 브랜드 전략'이 핵심 성공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남미는 열정적인 소비문화, 가족 중심 가치관, 감성적 브랜드 선호 등이 강하게 작용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왜 이 브랜드가 탄생했는가”,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가”라는 스토리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경상북도에 위치한 천연 성분 화장품 기업 ‘라온네이처’가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통해 멕시코·콜롬비아·칠레 등 중남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를 중심으로, 전략, 실행, 성과 그리고 인사이트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기업 소개 및 진출 배경
라온네이처는 2017년 설립된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로, 한국 전통 식물성 원료(쑥, 매실, 홍삼 등)를 활용한 비건 스킨케어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설립 초기에는 국내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보했으며, 고객층의 80% 이상이 20~40대 여성으로 구성돼 있었다. 제품의 품질은 이미 국내 리뷰 플랫폼에서 높은 평점을 얻었지만, 시장의 규모 한계로 인해 창업 2년 만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된다.
진출 타깃 지역으로 중남미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K-뷰티에 대한 인지도 및 선호도 상승
- SNS 기반 뷰티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음
- 한국 전통 소재에 대한 '이국적 감성'에 대한 호응
- 동남아 대비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 상대가 적음
- 상대적으로 진입 규제가 느슨한 국가가 다수 존재
하지만 언어 장벽, 물류 이슈, 브랜드 인지도 부족이라는 3중 난관이 기업의 앞을 가로막았다. 라온네이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스펙 중심 전략이 아닌, 스토리텔링 중심의 ‘브랜드 감성 마케팅’을 채택한다.
3. 스토리텔링 기반 진출 전략 실행
① 브랜드 핵심 메시지 정립
라온네이처는 ‘조선 시대 궁중에서 유래한 여성 피부 비법’이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브랜드의 핵심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재정의했다.
- 브랜드 철학: "옛 지혜로 오늘을 치유하다"
- 대표 문구: “Your Skin Remembers Nature”
- 제품 세계관: 한방 성분, 전통 의학서 기반 레시피, 대물림되는 여성의 지혜
이러한 배경은 중남미 여성 소비자의 감성적 정체성과 매우 잘 부합했다.
② SNS 콘텐츠 현지화
-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복을 입은 모델’, ‘한방 약초를 손질하는 여성’ 등 스토리 중심 이미지 제작
- 1분 분량의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 “조선의 미녀가 전하는 뷰티 비법”
- 제품 패키지에 한글 캘리그래피와 제품 유래 스토리 삽입 (스페인어 번역 병기)
→ 결과: SNS 영상 중 하나가 멕시코 현지에서 25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성 확보
③ 현지 인플루언서와 공동 브랜딩
- 멕시코·콜롬비아의 미세영향력을 가진 뷰티 인플루언서와 협업
- 제품을 단순히 리뷰하는 방식이 아닌, 브랜드 창립자의 이야기와 문화적 배경을 소개
- “조선 뷰티의 비밀”이라는 콘텐츠 시리즈화 → ‘문화적 체험’ 강조
→ 결과: 멕시코 여성잡지 <Glam Latina>에 브랜드 소개 기사 게재
④ B2B 유통사 대상 브랜드 프레젠테이션
- 단순한 가격표 제공이 아닌, 브랜드 세계관과 철학을 담은 슬라이드 키트 제작
- 슬로건, 제품 원료의 의미, 브랜드 철학이 담긴 영문 피치덱 활용
- 콜롬비아 뷰티 박람회에서는 전통 한지와 천연향을 활용한 ‘브랜드 체험존’ 구성
→ 결과: 칠레 B2B 유통사 1곳과 연간 공급 계약 체결 성공
구체적 성과와 시장 반응
라온네이처는 2021년 하반기부터 멕시코 시티, 보고타, 산티아고 등 3개 도시에서 테스트 판매를 시작했고, 2022년 기준 다음과 같은 실질적 성과를 도출했다.
📌 수출 실적
- 총 수출 국가: 4개국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페루)
- B2B 유통 계약 수: 5건 (소형 유통사 및 셀렉샵 중심)
- 연매출 해외 비중: 38% → 2020년 기준 8%에서 급상승
- SNS 팔로워 증가: 스페인어 계정 기준 5만 명 돌파
📌 고객 반응 (소비자 설문 피드백 요약)
- “한국의 스킨케어가 이렇게 감성적일 줄 몰랐다.”
-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문화 체험 같았다.”
- “어머니에게 선물하고 싶은 브랜드로 기억된다.”
→ 스토리 중심 마케팅이 중남미 소비자에게 감성적 신뢰와 재구매 요인으로 작용
스토리텔링 전략의 성공 요인 분석
라온네이처의 성공은 단지 좋은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실행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료의 의미’를 제품 가치로 연결
→ 예: “매실은 피부 열을 다스린다”는 전통 의학적 속성 → 제품 효능과 연결
감각보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 설계
→ 소비자는 효과를 비교하기보다, ‘무엇이 기억에 남았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브랜드 철학과 문화적 콘셉트가 명확한 경우 구매 전환율이 높아짐.
콘텐츠 제작의 현지화 완성도
→ 단순한 번역이 아닌, 라틴 감성에 맞춘 이미지, 문장 톤, 영상 편집 스타일을 현지 마케팅 에이전시와 협업하여 제작
유통사 대상 “이야기 기반 PT”
→ 유통사도 결국 소비자 반응을 보고 결정한다. 라온네이처는 B2B 파트너에게도 브랜드의 감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결론: 중남미 시장은 ‘스토리를 기억하는 소비자’를 위한 무대
라온네이처의 사례는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의 진정성 있는 전달이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중남미와 같은 감성 중심의 시장에서는 ‘기술’보다 ‘정체성’이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스토리텔링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소규모 기업일수록 자신만의 진심 어린 이야기, 창립 배경, 제품 개발 계기, 소재의 유래 등에서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발굴해낼 수 있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려 하지 말고, “당신의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준비하자. 그 이야기는 중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감성 중심 소비자에게 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