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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디지털 교육 수요와 맞춤형 사례

공공 디지털 보급 사례

by 곰돌맨닷컴 2025. 7. 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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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속 소외되는 다문화 가정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정보 접근이 곧 교육, 생계, 사회적 참여의 핵심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 특히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은 언어·문화·경제적 장벽으로 디지털 전환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다문화 가정 아동의 약 40%가 가정 내 인터넷 학습환경이 미흡하며, 부모가 기초적인 디지털 기기 사용을 어려워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은 부모가 스마트폰과 PC를 활용해 정보를 찾고 학습을 지원해야 하지만, 언어 이해력과 디지털 활용 역량이 낮아 아이들의 학업 수행과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기술 지원이 아니라 문화적·언어적 이해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 지속적인 동반 지원이 결합돼야 해소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경기도 안산시와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시행된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을 위한 디지털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교육 수요와 맞춤형 지원의 효과를 살펴본다.

 

사례 1: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 디지털 배움터’

안산시는 전국에서 외국 출신 주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2021년부터 안산시청과 지역 다문화지원센터는 ‘다문화 디지털 배움터’를 개설하고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초 교육과 온라인 행정서비스 안내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운영되었다.

 

첫째, 언어 맞춤형 기초교육이다.

참여자들은 베트남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번역된 교재를 활용해 스마트폰 전원 켜기·끄기부터 앱 설치, 문자 보내기까지 가장 기초적인 기능부터 배웠다.

 

둘째, 자녀 학습 지원 연계다.

부모가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도록, ZOOM 사용법, 교육 사이트 접속법을 집중적으로 실습했다.

 

셋째, 온라인 민원과 금융서비스 교육이다.

외국인 주민등록번호 등록, 복지급여 신청, 은행 이체 등 실생활에 바로 필요한 과정을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참여 가정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어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한 베트남 출신 어머니는 “학교에서 아이 숙제 도와주라는 연락이 오면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했다. 여기 와서 화면 보는 법부터 배우고 조금씩 해보니 이제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안산시청의 조사 결과, 프로그램 수료자 300명 중 75%가 “온라인 학습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답했으며, 80%는 “행정서비스를 신청할 때 두려움이 줄었다”고 밝혔다.

 

사례 2: 전라북도 익산시 ‘다문화 e-배움학교’

익산시는 농촌과 도시가 혼재된 지역으로, 이주 노동자와 결혼이주민 가정의 저소득층 비율이 높다. 2022년부터 익산시는 ‘다문화 e-배움학교’를 개설해 디지털 교육과 생활밀착형 상담을 함께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가정 방문형 디지털 코칭이었다. 익산시는 다문화가정 통·번역 인력을 포함한 ‘디지털 학습 서포터즈’를 선발해 월 2회 각 가정을 방문했다. 서포터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 사용을 실습으로 가르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 내용은 크게 네 가지였다.

  1. 스마트폰 기본 조작과 문자·메신저 활용
  2. 정부24, 복지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접속
  3. 인터넷 뱅킹과 공과금 납부 방법
  4. 자녀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접속과 숙제 제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필리핀 출신 어머니는 “글자가 어려워서 선생님이 집에 와서 그림과 영어로 같이 알려줘서 편했다”고 말했다.

 

익산시는 기기 자체도 무상 지원했다. 기초수급자 가정에는 리퍼비시 태블릿을 보급해 학습과 민원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1년 운영 결과, 200가구의 온라인 민원 신청이 3배 이상 늘었고, 자녀의 학업 참여율도 증가했다.

 

종합 분석: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교육 수요와 맞춤형 지원의 효과

경기도 안산과 전북 익산 사례를 종합해 보면,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디지털 교육 수요는 단순히 ‘기기를 다루고 싶다’는 수준을 넘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언어 장벽 해소가 절실하다.

단순한 한국어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며, 번역된 교재·통역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가정 중심 학습이 필요하다.

공식 교육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면 학습 지속성과 효과가 크게 높아진다.

 

셋째, 실생활 밀착형 교육이 중요하다.

온라인 학습, 복지급여 신청, 은행 업무 등 당장 필요한 기능 중심의 실습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넷째, 기기 지원과 데이터 요금 지원이 필수다.

교육을 받아도 기기가 없거나 요금이 부담돼 사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맞춤형 지원을 받은 가정은 자신감과 정보 접근 역량이 빠르게 향상됐다. 안산시와 익산시의 평가에 따르면, 참여자의 80% 이상이 “이제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답했다. 특히 자녀 학습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결론: 지속 가능한 디지털 포용 모델을 위해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정보화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바꾸는 복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회성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효과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언어·문화 통합형 교육 체계.

교육 교재, 상담, 안내문에 다국어 번역을 표준화해야 한다.

 

둘째, 지속적인 방문형 교육과 멘토링.

반복 학습과 상담을 통해 두려움을 줄이고 학습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

 

셋째, 기기와 데이터 지원 결합.

태블릿·스마트폰 무상 대여, 데이터 지원으로 교육 이후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넷째,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

가정 내 학습 분위기와 상호작용이 핵심 동기가 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한국 사회의 미래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과 기관이 이들의 교육과 정보 접근을 책임 있게 지원해, 누구도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포용사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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