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학습 환경은 가정의 소득 수준과 지역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 특히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이 학습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은 지금, 가정에 충분한 자원이 없는 청소년은 학업 수행에 큰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청소년의 38%는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는 방과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인터넷과 학습 기기를 제공하는 디지털 학습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학습센터는 단순히 과제를 수행하는 공간을 넘어, 청소년의 자존감을 높이고 진로 탐색 기회를 확장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동북부 A구와 전북 B시에 설치된 방과후 디지털 학습센터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성과,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서울 A구청은 2021년부터 ‘청소년 디지털 스터디카페’를 시범 운영했다. 이 사업은 주거환경이 협소하거나 통신비 부담으로 집에서 온라인 학습이 어려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A구청은 관내 청소년문화센터 2층을 전면 리모델링해 40석 규모의 디지털 학습공간을 조성했다. 학습센터에는 고사양 데스크톱과 태블릿PC, 프린터, 무료 와이파이가 설치됐으며, 전용 학습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특히 A구청은 교육청과 협력해 방과후 멘토 교사를 상주 배치했고, 청소년들이 수업 중 궁금한 점을 즉시 질문할 수 있도록 온라인 튜터링 시스템을 연계했다.
이 학습센터는 매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운영됐으며, 주말에는 진로 탐색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특강이 열렸다. 2022년 1년간 이용자 수는 총 3,500명에 달했으며,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청소년은 400명 이상이었다. 한 중학생은 “집에서는 공부할 자리가 없고 인터넷도 자주 끊겼는데, 여기서는 마음 편히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구청은 평가 결과, 학습센터 이용 학생의 온라인 출석률과 과제 제출률이 평균 3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북 B시는 농촌 지역이라는 특성상 디지털 학습 지원이 더욱 시급했다. 이에 B시청은 2022년부터 ‘디지털 러닝허브’라는 이름의 방과후 학습센터를 본격 운영했다. 이곳은 읍면 단위 청소년수련관에 설치됐으며, 농촌 지역 청소년들이 방과후에도 안정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고속 유선망과 학습용 컴퓨터 30대를 구비했다.
특히 B시는 ‘모두의 학습공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운영 방식의 특징은 자원봉사 대학생 멘토를 상주 배치해 청소년들이 온라인 학습에 대한 동기를 잃지 않도록 돕는 점이었다. 대학생 멘토들은 매일 학습계획 수립, 진로 상담, 학습법 코칭을 담당했다.
프로그램이 운영된 1년간 이용자는 총 2,800명에 달했으며, 참여 학생의 70%가 기초생활수급 또는 차상위계층으로 조사됐다. 한 고등학생은 “혼자 인터넷 강의를 보면 집중이 안 됐는데, 여기서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습센터를 이용한 청소년들의 만족도는 92%로 나타났고, B시는 올해부터 ‘디지털 러닝허브’를 3개 읍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A구와 전북 B시 사례는 청소년 방과후 디지털 학습센터가 교육격차 완화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공통적으로 학습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고속 인터넷과 최신 기기를 비치해 물리적 장벽을 해소했다. 또한 상주 멘토링과 온라인 튜터링 등 ‘사람이 있는 디지털 학습’ 지원 모델을 적용해, 청소년들의 학습 지속성과 동기부여를 이끌어냈다. 두 학습센터의 참여 청소년들은 평균적으로 온라인 수업 출석률과 과제 수행 능력이 높아졌으며, 디지털 역량과 진로에 대한 자신감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이들 학습센터 운영에는 몇 가지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학습센터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지자체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어, 장기적 운영이 불안정하다. 둘째, 농촌 지역에서는 학습센터 접근성이 떨어져 주 1~2회 이상 방문이 어려운 청소년이 많다. 셋째, 대학생 멘토링의 질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청소년은 기초 디지털 역량이 매우 낮아, 기기 사용 자체에 추가 지원이 필요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교육청, 민간단체가 협력해 예산을 공동 부담하고, 디지털 기초교육과 심화학습을 연계하는 체계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향후에는 학습센터를 단순히 과제를 수행하는 공간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진로 탐색과 창의적 학습, 디지털 시민 역량까지 키울 수 있는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적 학습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학습센터 운영을 상시화하고, 고정 예산을 확보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디지털 학습센터는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미래를 설계할 권리가 모든 청소년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교육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이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공간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되어, 청소년 모두가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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