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사회에 예상치 못한 변화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교육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초·중·고 전반의 대규모 온라인 수업 도입이었다. 정부와 교육청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수업을 원격으로 대체했으며,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와 안정적 인터넷 환경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저소득 가정은 충분한 학습 환경을 빠르게 마련하기 어려웠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1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 학생의 43%는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기기를 즉시 확보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통신비 부담, 학부모의 디지털 역량 부족, 주거 환경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동부 H구와 전남 남부 K시 저소득 가정의 구체적 대응 사례를 중심으로, 온라인 수업이 어떻게 현실에 부딪혔고, 어떤 극복 노력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본다.
서울 H구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관내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줄이기 위해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2020년 4월, 교육청과 협력해 ‘원격수업 학습기기 긴급 대여’ 사업을 시행했다.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을 대상으로 태블릿PC 500대를 무상 대여하고, 데이터 요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H구청은 단순 기기 보급에 그치지 않고, 학부모 대상 디지털 역량 교육을 병행했다. 주 1회 온라인 화상교육을 열어 학부모가 줌(Zoom)과 EBS 온라인클래스 사용법을 익히도록 했다. 한 저소득층 학부모는 “아이도 어렵지만 부모인 나도 낯설어서 많이 두려웠다. 수업을 듣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H구청은 프로그램 운영 결과, 대여 기기를 사용한 가정의 온라인 수업 출석률이 75%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과제 제출률도 이전보다 30% 이상 향상됐다. 학부모 교육에 참여한 가정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학습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80%를 넘었다. 이러한 사례는 기기와 통신 지원뿐 아니라 ‘부모의 디지털 문해력’이 학습 적응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전남 남부의 K시는 농촌 지역 특성상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해 온라인 수업 참여가 더욱 어려웠다. 특히 다자녀 가정과 조손가정이 많아, 기기가 있어도 학습 공간 확보가 곤란한 사례가 잇따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시청과 교육지원청은 지역 작은도서관, 주민센터, 청소년문화의집을 공동학습 공간으로 개방했다.
이곳에는 유선 광랜과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했고, 데스크톱 PC와 태블릿을 구비했다. 가정에서 수업 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은 매일 이 공간으로 출석해 수업을 들었다. 학부모가 농사나 일터에 나가야 하는 가정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보였다.
한 농촌지역 조손가정의 할머니는 “손주가 인터넷도 안 되고 방도 좁아 걱정이 많았는데, 도서관에서 수업도 듣고 선생님이 돌봐줘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K시는 이러한 공간을 운영하는 동안 자원봉사 교사를 배치해 학생들의 과제 수행을 지원했고, 급식도 제공해 결식 우려를 줄였다. 사업 종료 평가에서 참여 학생의 90%가 ‘온라인 수업 적응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으며, 학부모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 이 사례는 온라인 수업 환경 조성을 위한 물리적 공간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서울 H구와 전남 K시의 대응 사례는 저소득층 가정이 코로나19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얼마나 다층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H구는 디지털 기기 대여와 학부모 교육을 결합해 가정의 역량을 키웠고, K시는 공공학습 공간과 돌봄을 함께 제공해 안정적 학습환경을 마련했다.
두 사례 모두 공통적으로 ‘단순한 기기 제공’만으로는 학습권 보장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디지털 격차는 기기 보급, 통신 인프라, 학부모의 학습지원 능력, 학습공간의 물리적 한계 등 다양한 요소가 중첩돼 나타난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종합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기기 대여의 한계로 인해 사용 기간 종료 후 학습 공백이 다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 농어촌 지역은 공공학습공간의 수가 한정돼 접근성이 부족하다. 셋째, 학부모 교육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 역량 강화 체계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온라인 수업에 대응하는 정책이 비상 대응에서 상시 지원으로 전환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과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디지털 문해 교육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을 단숨에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여전히 소득·지역·세대 간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와 학교가 긴 안목에서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더라도 동등한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교육 평등을 향한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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