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이 생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국민 대부분은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송금, 결제, 금융상품 가입 등을 이용한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 계층은 이러한 금융 디지털화에서 가장 큰 소외를 겪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약 58%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접근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 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두려움과 정보 격차를 동시에 안고 있다. 디지털 금융을 배우지 못하면 복지급여 수급이나 각종 지원금 신청, 금융 혜택 활용에서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금융기관, 시민단체가 협력해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중구와 부산 북구의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효과를 냈으며 어떤 한계를 드러냈는지 살펴본다.
서울 중구청은 2022년부터 관내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금융 첫걸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중구청은 먼저 주민센터를 통해 디지털 금융 수요를 조사했으며, 응답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송금·조회·공과금 납부를 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은 시중은행과 협력해 무료 스마트 금융 교육과 스마트폰 기초 조작 교육을 결합한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교육은 주 1회, 총 8주 과정으로 운영되었으며, 은행 직원과 디지털 금융 전문가가 교대로 강의를 맡았다.
주요 내용은 모바일뱅킹 앱 설치 및 보안 설정, 송금·조회 실습, 공과금 자동이체 등록, 금융사기 예방법이었다. 특히 수강생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사용해 실제 계좌를 연동해보고, 소액 송금을 체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교육 참여자 수는 총 350명이었고, 수료 후 설문에서 72%가 “이제 스마트폰으로 금융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60대 참여자는 “예전에는 창구에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젠 공과금도 집에서 낸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중구청은 2023년에는 금융교육과 디지털 기기 지원을 연계해 추가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 북구는 2021년부터 지역 신용협동조합과 협력해 ‘디지털 금융 멘토링’ 사업을 운영해왔다. 북구는 특히 고령층 수급자가 많은 지역으로, 금융 기피 현상이 심각했다. 북구청은 금융 멘토 30명을 선발해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을 직접 방문하거나 주민센터에서 소규모 교육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회성 강의에 그치지 않고, 1:1 맞춤형 상담을 반복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멘토들은 먼저 스마트폰 보급 여부를 확인하고, 기초 조작이 어려운 참여자에겐 터치패드 사용법부터 가르쳤다. 이후 모바일뱅킹 설치, 계좌 인증, 간편결제 등록을 단계별로 진행했다. 멘토는 교육 이후에도 주 1회 전화 점검을 통해 질문을 받고 문제 해결을 도왔다.
이 사업에 참여한 수급자 250명 가운데 80%가 65세 이상이었다. 프로그램 종료 후 설문에서 68%가 “스스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답했고, 85%가 “이전보다 금융 사기에 대한 불안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한 할머니는 “딸이 보내준 용돈도 이제 바로 계좌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고, 2024년부터 멘토 인력을 2배로 늘릴 예정이다.
서울 중구와 부산 북구의 사례는 디지털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실질적인 역량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첫째, 프로그램 참여자는 스마트폰과 금융을 동시에 배우며 자신감을 얻었다. 둘째, 1:1 상담과 반복 학습이 금융 기피 현상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셋째, 보안 교육과 금융사기 예방 교육이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참여자의 자존감과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몇 가지 한계도 뚜렷했다. 첫째, 일부 고령 참여자는 교육 이후에도 기기를 혼자 다루기 어려워 지속적 지원이 필요했다. 둘째, 스마트폰 기기 보급과 데이터 요금 지원이 동반되지 않으면 학습 효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셋째, 금융교육이 초기 단계에만 집중돼 심화학습과 응용 능력 개발이 미흡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 교육을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상시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의 특성을 고려해 반복 학습과 동영상 자료, 콜센터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 교육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단순한 편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그것은 스스로 금융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존감과 생활의 안정성을 동시에 준다.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와 금융기관, NGO가 협력해 포용적 금융교육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기기 보급, 데이터 지원, 반복 학습, 사후 상담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금융이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맞게 설계될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강조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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