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농어촌 저소득층의 소외는 단순한 생활 편의 부족을 넘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서비스, 금융, 교육, 복지 등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디지털 기기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 농어촌 주민들은 필수 정보와 지원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저소득층 65세 이상 고령자의 57%가 “스마트폰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복지 수급 신청이나 건강관리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가 협력해 농어촌 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남 완도군과 강원 평창군에서 진행된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성과와 현장의 목소리를 살펴본다.
전남 완도군은 대표적인 어촌 지역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활용도가 낮은 고령층이 많았다. 2022년 완도군청은 해양수산부, 지역 ICT 기업과 협력해 ‘스마트 어민학교’를 개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어민 5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보급과 맞춤형 교육을 결합했다. 참여자들은 무료로 보급형 스마트폰과 데이터 요금 6개월 지원을 받았으며, 주 1회 어촌계 회관에서 교육을 들었다.
수업은 스마트폰 기초 사용, 공공서비스 앱 설치, 온라인 시장 활용법까지 단계별로 나누어 진행됐다. 특히 어민들이 직접 자기가 잡은 수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모바일 쇼핑몰 입점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한 60대 어민은 “예전에는 중간 상인에게만 팔 수 있었는데, 이제 스마트폰으로 주문 받고 송금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운영 1년 후 조사에서 참가자의 80% 이상이 “디지털 기기가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45%가 “소득이 늘었다”고 밝혔다. 군청 관계자는 “교육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평창군은 산간 농촌 지역으로, 인터넷 인프라와 디지털 활용 능력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에 평창군청은 2021년부터 ‘디지털 역량 강화 지원센터’를 운영해 농어촌 저소득층의 정보격차 해소에 나섰다. 이 센터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고령 농민 등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무료 대여와 반복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센터는 매주 2회 오프라인 교육을 열었으며, 수강생들은 스마트폰 켜기·끄기부터 문자 보내기, 모바일 금융, 정부24 사용까지 체계적으로 배웠다. 특히 학습이 끝난 후에도 ‘디지털 멘토’가 가정을 방문해 1:1 지도를 지원했다. 한 고령 농민은 “처음엔 화면 터치도 못 했는데 멘토가 집에 와서 다시 알려줘서 이제는 혼자 공과금도 낸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평가에 참여한 수강생의 85%가 “정보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응답했으며, 60%는 “디지털 역량이 생겨 자녀와의 소통도 늘었다”고 밝혔다. 평창군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 읍면 단위 학습센터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전남 완도군과 강원 평창군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점은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이 경제적·심리적 삶의 질을 높였다는 점이다. 참여자들은 “스마트폰이 어렵기만 한 물건에서 생활도구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어민은 “예전엔 문서 하나 떼려면 시청까지 가야 했는데, 이제 집에서 다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은행에 갈 필요 없이 돈을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고 사기당할 일도 줄었다”고 했다.
반면 한계도 적지 않았다. 첫째, 고령층은 반복 학습이 필요해 교육을 끝내고도 꾸준히 지원받아야 했다. 둘째, 농어촌 지역은 인터넷 품질이 일정치 않아 교육 효과가 떨어지기도 했다. 셋째, 수급자 상당수가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을 계속 부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호소했다. 이에 주민들은 “기기 지원뿐 아니라 요금 지원과 상시 교육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에 참여했던 70대 어민 A씨는 “배운 대로 하다가 잘 안 되면 전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창군의 디지털 멘토 B씨는 “수강생의 대부분이 반복 연습 없이는 자신감을 쉽게 잃는다”고 전했다. 이런 목소리는 단순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서, 지속적 관계와 환경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농어촌 저소득층의 디지털 역량 강화는 단발성 기기 보급이나 짧은 교육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남 완도군과 강원 평창군 사례는 기초부터 반복 학습과 현장 밀착 지원을 결합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농어촌은 도시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포용 정책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과 요금 지원, 멘토링을 한데 묶은 통합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 둘째, 농어촌 통신 인프라 개선과 기기 사후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지역주민이 서로 돕는 디지털 자조모임과 상시 상담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협력해 예산과 인력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본 권리다. 앞으로 더 많은 농어촌 마을에서 정보 소외가 사라지고, 누구나 스마트 기기로 필요한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지털 포용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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