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학습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접근성이 학습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많은 가정은 태블릿과 노트북, 고속 인터넷을 갖추고 자녀의 학습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저소득층 가정은 그렇지 않았다.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의 43%는 “가정에 학습용 기기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약 35%는 “인터넷 비용 때문에 자녀가 제한적으로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학습 격차는 곧 학습 성취도 격차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교육 불평등의 고착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공익단체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디지털 학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강동구와 전남 여수시의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이 사업이 어떤 효과를 냈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살펴본다.
서울 강동구청은 2021년부터 ‘디지털 배움터’라는 이름의 방과후 학습 지원센터를 운영해왔다. 이 사업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대여와 맞춤형 튜터링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습센터에는 고사양 데스크톱과 태블릿PC, 고속 와이파이가 완비되어 있었으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 강동구는 공익단체와 협력해 대학생 멘토단을 상주 배치했다. 이 멘토들은 단순히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학습계획 수립, 학습 동기 부여, 진로 탐색까지 도왔다. 2022년 기준 ‘디지털 배움터’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어린이는 약 700명이었고, 그중 7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 또는 차상위계층 가정이었다. 한 초등학생은 “집에는 노트북이 없어서 수업을 휴대폰으로 겨우 봤는데, 여기 오면 큰 화면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강동구청이 시행한 만족도 조사 결과, 참여 가정의 85%가 “자녀의 학습 태도가 개선됐다”고 답했으며, 학습센터 이용 학생의 평균 과제 제출률이 30% 이상 증가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학습 흥미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남 여수시는 농어촌 저소득층 가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스마트 러닝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22년부터 진행된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 가정 초등학생 약 500명을 대상으로 리퍼비시 노트북과 데이터 요금을 지원했다. 노트북은 기업 기부와 시 예산으로 마련되었으며, 수급가정에 무상으로 배포됐다.
여수시는 기기 보급에만 그치지 않고 디지털 학습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각 가정에서 학부모와 아동이 함께 학습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코디네이터는 월 2회 가정을 방문해 학습 사이트 접속, 과제 제출, 온라인 평가 응시를 함께 연습했다.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아이도 저도 너무 낯설어서 못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와서 하나하나 알려주니 이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운영 1년 차 평가에서 참여 아동의 75%가 “이제 온라인 수업이 두렵지 않다”고 답했으며, 학교 담임교사들도 “디지털 학습 수행도가 분명히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여수시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24년부터 지원 대상을 중학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강동구와 전남 여수시 사례를 종합하면,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의 디지털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효과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첫째, 학습 참여율과 성취도 향상이다. 기기와 와이파이 지원으로 과제 제출, 온라인 수업 출석, 자기주도 학습이 뚜렷이 늘었다. 둘째, 심리적 장벽 완화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제는 온라인 수업이 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부모로서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셋째, 학습동기와 진로 탐색 기회 확대다. 멘토링과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이 단순 기술교육을 넘어서 학습의 즐거움과 목표 의식을 키웠다.
하지만 여러 한계도 남아 있다. 첫째, 기기 사양과 인터넷 속도 차이가 지역마다 달라 사용 경험이 균등하지 않았다. 둘째, 데이터 요금 부담은 여전히 일부 가정의 큰 문제였다. 셋째, 기기 보급이 끝나면 교육이 중단돼 학습 지속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기 지원-데이터 지원-반복 학습-멘토링을 통합한 상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강동구의 사업 담당자는 “처음에는 기기만 주면 해결될 줄 알았지만, 계속 붙어서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금방 포기한다”고 말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이 일상이 된 지금,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의 학습격차는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제다. 이번 사례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기기 보급과 데이터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과 멘토링, 사후 관리가 결합돼야 효과가 지속된다. 둘째, 부모의 디지털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 아이가 배우는 것을 부모가 도울 수 있을 때 학습의 연속성이 생긴다. 셋째, 지속 가능한 예산과 정책이 필요하다. 사업이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 서비스로 자리잡을 때 학습격차 해소 효과가 완성된다.
저소득층 아동이 사회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서 당당히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지역과 기관이 책임감 있는 정책과 지원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포용적 디지털 학습 사회의 출발점이다.
저소득층 어르신 대상 온라인 병원 예약 지원 사례 (4) | 2025.07.13 |
---|---|
도시빈민 밀집 지역에 설치된 무료 와이파이 존 실태 조사 (2) | 2025.07.12 |
디지털 정보 소외를 줄이기 위한 자원봉사단 활동 사례 (1) | 2025.07.12 |
저소득층을 위한 리퍼비시(중고) 노트북 기부 캠페인 성과 분석 (0) | 2025.07.11 |
공익단체 주도의 디지털 튜터링 프로그램 운영 사례 (2) | 2025.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