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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빈민 밀집 지역에 설치된 무료 와이파이 존 실태 조사

공공 디지털 보급 사례

by 곰돌맨닷컴 2025. 7. 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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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공공재, 무료 와이파이 존

인터넷은 더 이상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니다. 학습, 구직, 공공서비스 신청, 사회적 소통까지 일상 모든 영역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도시빈민 밀집 지역의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 저소득층 가구의 34%는 “자택에 유선 인터넷이 없다”고 답했고,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도 부담으로 작용해 디지털 정보 접근성은 극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공익단체는 무료 와이파이 존을 설치해 정보격차 해소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단순 설치로 충분할지, 실제 이용률과 품질, 효과성은 어떤지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부족하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서남권과 인천 동구의 대표적 도시빈민 밀집 지역에 설치된 무료 와이파이 존의 운영 실태와 현장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도시빈민 밀집 지역에 설치된 무료 와이파이 존 실태 조사

사례 1: 서울 서남권 무료 와이파이 존의 운영 현황

서울 서남권은 대표적 저소득층 주거지로, 공공임대아파트와 쪽방촌이 밀집해 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이 지역에 150개소 이상의 무료 와이파이 존을 설치했다. 설치 지점은 주로 공공도서관, 주민센터, 복지관, 전통시장, 공공임대주택 단지 출입구 등이었다. 서울시청은 “무료 와이파이 존이 도시빈민층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용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2023년 6월부터 3개월간 현장 조사와 주민 인터뷰를 병행했다. 조사 결과,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접속자는 1개소당 35~50명에 달했고, 그중 6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 가구였다. 이용 목적은 크게 △자녀 온라인 학습 △공공서비스 신청 △취업 정보 검색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집에서 데이터 요금을 아끼려고 매일 오후에 와이파이 존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와이파이 존 접속 품질은 고르지 않았다. 공공임대아파트 지하 출입구에 설치된 와이파이는 접속 속도가 3Mbps 이하로 측정되었으며, 사용자 수가 몰리면 접속이 자주 끊겼다. “신호가 불안정해 10분에 한 번씩 재접속해야 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서울시는 품질 개선을 위해 통신사와 협약을 확대하고 장비 교체를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운영 예산이 한정돼 있어, 전면 교체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례 2: 인천 동구 ‘스마트 커뮤니티 존’의 성과와 한계

인천 동구는 노후화된 다세대 주택과 쪽방촌이 많은 지역으로, 2021년부터 ‘스마트 커뮤니티 존’을 시범 운영해왔다. 이 사업은 인천시와 통신 3사가 협력해 공공 와이파이 존 80개소를 설치하고, 주민센터에서 디지털 상담과 교육도 병행했다.

 

운영 실태 조사는 인천시청 정보화팀과 지역 공익단체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조사 결과, 2022년 말 기준 하루 평균 2,500명이 ‘스마트 커뮤니티 존’을 이용했고, 특히 저소득층 고령자가 ‘정부24’나 복지 포털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70대 주민은 “스마트폰 요금이 비싸서 와이파이 존에 와서 공공문서 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분명했다. 우선 접속 인증 절차가 복잡해 고령층이 스스로 로그인하기 어려웠다. 접속 후 페이지 로딩 속도도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일부 장소는 유선 광랜 기반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했지만, 일부 쪽방촌 주변 와이파이는 2G 수준에 머물렀다.

 

또 다른 문제는 야간 이용 환경이었다. 쪽방촌 인근 와이파이 존은 밤에는 조명이 부족하고 치안이 취약해, 청소년이나 여성들이 이용을 꺼렸다. 한 청소년은 “밤에 과제를 하러 나오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23년부터 야간 조명을 개선하고, 인증 방식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 분석: 주민들의 실제 체감과 정책적 함의

서울과 인천의 사례를 종합하면, 무료 와이파이 존이 도시빈민 밀집 지역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분명히 높였다는 점이 확인된다. 다음과 같은 효과가 도출됐다.

 

첫째, 학령기 자녀의 온라인 학습 참여율 상승이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수업을 듣던 아이들이 노트북을 와이파이에 연결해 과제를 수행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둘째, 공공서비스 접근성 향상이다. 복지급여 신청, 행정서류 발급, 구직 사이트 활용 등 필수 업무를 무료 와이파이로 처리할 수 있었다. 셋째, 사회적 고립감 완화이다. 일부 고령층 주민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오니 이웃과 얼굴을 트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한계도 뚜렷했다. 첫째, 접속 품질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료라서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디지털 격차를 오히려 고착화할 수 있다. 둘째, 야간 이용 안전 문제와 편의 시설 부족으로, 일정 시간 이후에는 사실상 활용이 제한됐다. 셋째, 사용법을 몰라 접속조차 못하는 고령층이 많아, 교육과 안내 체계가 필요했다.

 

결론: 지속 가능한 무료 와이파이 존을 위한 제언

도시빈민 밀집 지역의 무료 와이파이 존은 정보화 격차 해소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순 설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도 명백히 드러났다. 앞으로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접속 품질 표준화다. 통신사와 협업해 최소 다운로드 속도를 보장하는 표준을 마련하고, 노후 장비를 우선 교체해야 한다. 둘째, 야간 안전 환경 조성이다. 조명 설치와 CCTV 확대, 보안 인력 순찰 등이 필요하다. 셋째, 접속 절차 간소화와 상시 안내다. 고령층과 정보취약계층이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QR코드나 원클릭 인증 방식을 확대하고, 상주 안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문해력 교육과 연계다. 와이파이 존을 단순 ‘통신망’이 아니라 디지털 역량 강화의 거점으로 삼아, 기초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인터넷은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공공재다. 무료 와이파이 존이 도시빈민 밀집 지역의 ‘정보 생명선’으로 자리 잡도록,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책임 있는 투자를 지속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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