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는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연평균 5~7%의 성장을 거듭하며 중산층 소비자와 산업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단순한 소비재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부품·설비 등 B2B 영역에서도 큰 기회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 진출은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역별 관습, 규제, 유통 구조의 복잡성이 상당하고, 신뢰할 만한 현지 파트너 없이 중소기업이 직접 시장을 개척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국내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경쟁력에 더해 현지 B2B 파트너십을 효과적으로 구축해 지속 가능한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전략의 구체적 실행과 성공 요인을 살펴본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A사는 산업용 모터 부품을 생산하는 직원 35명의 소규모 기업이다. A사는 국내에서는 탄탄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대기업 협력사로 자리잡았으나, 내수시장 한계와 OEM 수요 감소로 매출 감소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 대표는 2017년부터 동남아 시장 진출을 구상했다. 당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산업설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으며, 현지 수입상들이 중국산 저가 제품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A사에는 해외영업팀이 없었고, 시장조사나 네트워크도 전무했다.
A사는 동남아 진출 전략의 핵심을 신뢰 기반의 B2B 파트너십 구축으로 설정했다. 아래에 A사가 실행한 3단계 전략을 소개한다.
A사는 먼저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KOTRA) 무역관의 컨설팅을 통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기계부품 수요 현황과 경쟁사 정보를 수집했다. 조사 결과, 현지 기업들은 “품질이 일정치 않은 중국산 대신 안정적인 한국산 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A사는 제품 샘플을 소량 수출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이 주선한 현지 3개 기업과 소규모 계약을 맺고, 6개월간 품질 테스트와 납기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빠르고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무기로 삼았다. 경쟁사들은 이메일로만 대응했으나, A사는 카카오톡, WhatsApp 등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현지 담당자와 신뢰를 쌓았다.
파일럿 테스트에 성공한 후 A사는 베트남 호치민에 소재한 기계부품 유통사 B사와 MOU를 체결했다. A사는 B사를 독점 에이전트로 지정하고, B사는 대신 일정 물량을 확보해주기로 합의했다.
이 파트너십의 핵심은 공동 마케팅 기획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현지 고객에게 “단순 수출상이 아닌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계약 후에도 A사는 B2B 고객의 신뢰 유지를 위해 철저한 사후 관리 체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운영방식은 고객사의 충성도를 높여, 재구매 비율을 85%까지 끌어올렸다.
A사가 동남아 B2B 시장에서 자리잡은 핵심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단계적 접근과 리스크 분산
대규모 계약이나 투자부터 시작하지 않고, 소량 샘플 수출→파트너 검증→점진적 확대의 단계를 밟아 위험을 줄였다.
2) 신속하고 현지화된 커뮤니케이션
이메일 위주의 딱딱한 대응 대신, 메신저와 영상통화로 실시간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다.
3) 공동 마케팅으로 현지화 이미지 강화
파트너사와 공동 부스를 운영하고, 로컬 브랜드를 결합해 경쟁사를 압도했다.
4) 철저한 사후 관리 시스템
납기·품질·A/S까지 일관된 관리로 재구매와 추천을 유도했다.
A사 대표는 “제품 품질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과 신뢰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동남아 시장에서 결코 안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다음과 같은 과제도 명확하다.
🔹 환율과 통관 리스크
국가별 통관 규정이 수시로 변동돼 물류 지연이 빈번하다.
🔹 지식재산권 보호 미비
기술 도용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계약서와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
🔹 파트너사의 성장 한계
파트너사가 성장하지 못하면 유통망이 곧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B2B 진출 초기부터 현지 시장 다각화와 법적·재무적 안전장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A사의 사례는 중소기업이 제한된 자원으로도 동남아 B2B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이 필요하다.
✅ 철저한 시장조사와 단계별 진출
✅ 현지 파트너와의 전략적 협업
✅ 신속하고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
✅ 철저한 사후관리 시스템
✅ 리스크 분산과 계약 보호
디지털 시대에 B2B 파트너십의 본질은 ‘신뢰’다. 작은 기업일수록 이 점을 무기로 삼아 현지 고객과 관계를 쌓아간다면, 동남아 시장은 충분히 큰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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