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B2B 시장, 규제가 장벽이자 기회다
유럽연합(EU)과 비EU 국가를 포함하는 유럽 시장은 글로벌 B2B 거래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와 매출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만큼 진입 장벽도 높다. 특히 국가별 법적 규제와 인증 요건은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럽 바이어는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규제 준수 여부, 환경 기준, 데이터 보호 정책, 안전 인증까지 꼼꼼하게 검토한다. 따라서 기업이 유럽 B2B 시장에 진출하려면, 법적 규제 대응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친환경 포장재 전문기업 ‘그린팩’이 유럽 국가별 법적 규제를 극복하고 B2B 시장 진출에 성공한 사례를 분석한다. 이 사례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법적 장벽을 기회로 바꾸고, ESG 시대의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 개요와 진출 배경
‘그린팩’은 2017년 설립된 친환경 포장 솔루션 기업으로, 주요 제품은 생분해성 필름, 재활용 종이 포장재, 친환경 라벨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식품·화장품 제조사에 공급하며 성장했지만, 내수시장 한계로 인해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해졌다.
유럽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EU 플라스틱 규제 강화 →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 ESG 공급망 관리 의무화 → 친환경 소재 수요 급증
- 고부가가치 시장 → 단가 경쟁보다 기술·지속가능성 중심
그러나 초기 조사에서 그린팩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유럽은 국가별 규제 차이가 크고, 인증 취득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유럽 진출에서 마주한 법적 규제
그린팩이 직면한 핵심 규제는 다음과 같았다.
(1) EU 단일 규제
- SUP Directive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 특정 플라스틱 제품 판매 금지
- REACH 규제: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
- CE 인증: 제품 안전성 및 환경 적합성 요구
(2) 국가별 추가 규제
- 독일: VerpackG (포장법) → 포장재 등록 + LUCID 데이터베이스 등록 의무
- 프랑스: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EPR) → 환경 기여금 납부 필요
- 이탈리아: 포장재 라벨링 규정 → 재질 표기 의무
(3) 친환경 인증
- FSC 인증(목재), OK Compost 인증(퇴비화 가능성),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이 복잡한 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럽 내 B2B 거래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그린팩은 규제 대응을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규제 극복을 위한 전략적 접근
그린팩은 ‘법규 대응 → 인증 획득 → 파트너십 활용’의 3단계 전략을 수립했다.
① 유럽 인증 전문기관과 협업
- KOTRA 파리 무역관을 통해 독일 TÜV 인증기관과 컨설팅 계약
- 제품별 적용 규정 매핑 → EU SUP Directive, REACH, CE 기준
- 친환경 소재별 인증 획득 순서 설정:
- 1단계: OK Compost (퇴비화 인증)
- 2단계: FSC 인증 (종이 포장재)
- 3단계: ISO 14001 (환경경영 시스템)
② 국가별 법규 대응
- 독일 VerpackG → 현지 대행사를 통해 LUCID 등록 완료
- 프랑스 EPR → 현지 파트너사 통해 환경 기여금 자동 납부 시스템 구축
- 라벨 표기 → 다국어 디자인 반영 (EN, DE, FR)
③ 규제 준수 기반 마케팅
- 유럽 바이어 대상 “100% EU 법규 준수” 인증 패키지 제공
- 인증서 사본 다운로드 가능 → 바이어 신뢰 확보
- LinkedIn 광고: ESG·Compliance 키워드 중심으로 타깃팅
실행 과정과 주요 활동
그린팩은 규제 대응을 기반으로 B2B 영업을 추진했다.
(1) B2B 플랫폼 활용
- Europages 및 DirectIndustry 입점
- 인증서, 시험 성적서, LCA(탄소배출 데이터) 업로드
- SEO 키워드: “sustainable packaging EU compliant”, “eco-friendly packaging supplier”
(2) 유럽 전시회 참가
- 독일 Interpack 2023 참가
- 부스 콘셉트: “Beyond Compliance – Green Innovation”
- 방문 바이어 300명 중 40곳과 샘플 계약 체결
(3) 현지 파트너십 체결
- 독일 유통사와 공동 물류센터 운영 계약 → 배송 리드타임 단축
- 프랑스 식품 브랜드와 ESG 공동 캠페인 진행
성과 분석
규제 대응 중심 전략은 다음과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신규 매출
- 첫해 유럽 매출: 500만 유로 (약 70억 원)
- 주요 거래처: 독일 친환경 식품기업,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스웨덴 리테일 체인
계약 구조
- B2B 정기공급 계약 15건 체결 → 평균 계약 기간 2년
- 독일 유통사와 연간 200톤 공급계약
브랜드 가치 상승
- 유럽 친환경 인증 로고 활용 → 브랜드 신뢰도 3배 증가
- LinkedIn 팔로워 5천 → 2만 명 확대
성공 요인
그린팩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다.
(1) 규제를 비용이 아닌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
(2) 국가별 커스터마이징 전략
- 독일·프랑스·이탈리아 각각의 규제를 별도로 분석하고 대응
(3) ESG 중심 브랜딩
- 단순 제품 공급자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파트너로 포지셔닝
도전 과제와 향후 계획
성공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 인증 갱신 비용 부담
- 국가별 법규 개정 시 빠른 대응 필요
- 물류·환율 리스크 지속 존재
향후 전략:
- 현지 법률 전문가 상시 고용 → 규제 변화 모니터링 강화
- 유럽 내 현지 생산기지 검토 → 인증 및 물류 비용 절감
- 북미 시장 확장 → FDA 및 ASTM 규격 대응 준비
결론: 규제는 장벽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그린팩 사례는 규제를 넘어서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럽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그 장벽을 넘으면 지속가능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시장이 열린다.
이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규제를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규제를 무기로 삼을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규제를 전략으로 바꾸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다.